◆ 피고인의 공소사실은 크게 2가지였습니다. 하나는 그린벨트 지역에서 법정허용량을 초과하여 과도한 양의 죽목을 벌채한 점, 나머지 하나는 그린벨트 지역에서 허가없이 죽목벌채를 위한 토지 형질변경을 한 점입니다.
◆ 사건접수번호가 2006-이어서 2006년도부터 재판이 열렸던 사건인데, 2008년에서야 비로소 판결이 선고될 정도로 오랜 시간이 걸렸던 사건이었습니다. 위 시기는 제가 법률구조공단에서 근무하던 때인데, 제 전임자 분으로부터 소송을 인수인계받아 수행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 인수인계 당시만 하더라도, 검찰에서 제출한 항공사진상 문제가 된 그린벨트 지역이 휑하게 빈 장면이 촬영되어 공소사실 내용처럼 피고인이 법정허용량을 초과하여 상당량의 죽목을 벌채한 것이 아니냐는 심증이 이미 재판부에 형성되어 있어, 불리한 상황이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소송기록을 읽고 유죄가 아니냐는 선입견이 들었을 정도였습니다.
◆ 그러나 피고인과 그 가족들을 접견하여 보니, 그 분들은 정말로 순박한 농촌 어르신들이었고, 농촌의 땅문제를 둘러싸고 분쟁이 된 고소인이 악의적으로 고소(처음에는 무혐의 처분되었으나, 집요하게 검찰항고를 하여, 수사제기, 결국 기소되었던 사안입니다)하였던 것을 점차 알아가게 되었습니다.
◆ 결국 검찰의 항공사진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의 억울함을 밝히고자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먹었고, 부산시청 지적과에 직접 찾아가, 해당 그린벨트 지역의 전년도 항공사진을 입수하여 검찰의 항공사진 자료의 의문점을 밝혀냈고, 해당 지역에 실사를 나온 바 있던 지적과 공무원을 증인신문하였으며, 재판부, 검찰과 함께 현장검증을 시행하기까지 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결국 재판부의 심증이 유죄에서 무죄로 반전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재판부는 죽목벌채 부분에 대하여 검찰에 공소 취소를 할 것을 주문하였고, 검찰 스스로도 피고인의 억울함을 인정하여 순순히 공소 취소를 하였습니다. 다만, 형질변경의 부분에 대하여는 무죄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아니하고 선고유예로 종결되었습니다.
◆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 후 법정에 가기 전 법원 건물에서 만났던 공판검사님이 미소를 지으면서 피고인들이 억울함이 풀려서 조금은 그 마음에 위로가 되었는지를 저에게 물었던 사실입니다. 무죄 취지로 결론이 나게 될 때, 검찰에서는 상소를 제기하는 것이 우선이어서, 그와 같은 말을 들을 기회라는 것은 참 드문 편입니다. 검사가 단순히 공소를 유지하는 것만이 그 직책이 아니라, 수사/재판 과정에서 오히려 피의자/피고인의 억울한 점이 밝혀진다면, 그 무죄를 적극 주장하는 등 공익의 대표자로서의 지위도 갖는다는 것이 형사소송법 교과서의 내용인데, 실제로는 그런 모습을 보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 아래는 당시 판결문의 내용입니다. 검찰이 공소취소를 하지 않았다면 무죄 판결문으로 해서 구체적인 무죄 이유가 설시되었을 것인데, 공소취소의 공소장 변경으로 인해 죽목벌채 사건(2007고단61, ‘고단’ 사건은 정식 기소 사안으로 검사의 징역형 구형을 전제로 한 사건[다만, 단독재판부]으로 다소 무거운 사건입니다)은 아예 판결문의 사건번호에서 제외되었고, 선고유예 받은 형질변경 사건(2006고정5796)만이 판결문에 남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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