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피고인의 혐의 내용


-피고인은 타인의 집 옥상에 올라가 그곳에 있던 물건에 라이터로 불을 붙여 가옥에 옮겨 붙게 하였다(현주건조물 방화).


 


 


2. 피고인의 주장


피고인(본건 당시 노숙자)은 용두산 공원 부근에서 다른 노숙자들에게 추격을 피하여 남의 건물 옥상에 올라간 후, 위 노숙자들이 더 이상 쫓아오지 못하도록 위협하고자 옥상 내 물건에 불을 붙였던 것이 그만 본건에 이르고 만 것이다.


 


 


3. 변호인의 판단


-①피고인이 노숙자로부터 쫓기기 시작했다는 장소와 본건 현장까지는 도보로 약 30분 이상의 거리인 점, ②본건 당시 목격자의 증언에 의하면 현장에는 피고인만 있었을 뿐, 피고인이 주장하는 노숙자들은 보이지 않았던 점, ③피고인이 당시 노숙자들이 차를 타고 추격해 왔다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말을 하는 점, ④피고인이 과거 정신분열의 전력이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피고인은 실제로 노숙자들에게 쫓겼던 것이 아니라 정신분열에 따른 환각, 망상으로 인하여, 자신이 쫓기고 있다고 오인한 상태에서 본건 범행에 이른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은 본건 범행 당시 정신질환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4. 검증 절차의 시행


가. 검증의 대상물


-피고인이 방화 직후 119에 신고했던 내용(범행 후 정상을 위해)


 


-피고인이 본건 범행 직전 112에 신고했던 내용(실제로 피고인이 그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노숙자들에게 쫓기고 있다는 취지로 신고한 적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피고인의 심신장애에 대한 판정은 최종적으로 정신감정 등에 의하게 될 것이나, 피고인이 위와 같은 내용의 신고를 실제로 한 사실이 인정된다면, 심신장애의 인정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나. 검증 대상물의 보관 상태


-119 화재 신고 내역 및 112 범죄 신고 내역은 일정 기간 동안 그 녹음 자료를 보관하는 것으로 보인다.


 


-변호인은 그 신고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먼저는 부산지역 소방본부 및 부산지방경찰청에 사실조회를 신청하였으나, 각 조회기관에서는 개략적인 신고 내용만을 기재하여 보내줄 수 있을 뿐, 녹취서와 같이 신고 내용 전부를 기재하여 회신할 수는 없었다(각 조회기관 담당자로부터 직접 확인. 특히 소방본부의 경우 자신들이 그 신고 전화를 녹음하는 것에 대해 스스로도 법적 근거가 박약하다고 토로하기도 하였다).


 


-따라서 각 신고 내용의 전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먼저 위 각 조회기관으로부터 각 녹음자료를 송부 받아야 했다(수사기록에 첨부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


 


다. 위 녹음자료의 현출에 관하여


1) 녹취서의 제출


-송부되어 온 각 녹음자료에 관하여 등사 신청을 한 후 그에 관한 녹취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는 방법. 다만 상대방인 검찰에서 그 내용의 진정성을 다툴 경우, 결국은 검증에 의한 확인이 필요할 것이다.


   


2) 참고자료 제출 방식


-119 신고 내역의 경우 정상에 관한 자료로서 참고자료로서 제출이 가능하다. 이 경우 굳이 녹취서를 따로 제출하거나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재판부에서 참고자료로서 적당한 방법으로 그 내용을 열람하면 된다.


 


-반면, 112 신고 내역의 경우 피고인의 심신장애와 관련된 것으로서 범죄의 성립(책임 요건)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녹취서 제출 또는 검증을 통한 법정 현출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3) 검증에 의한 현출


-①녹취서의 제출 없이 곧바로 검증을 신청하는 경우 또는 ②녹취서 제출에 대하여 상대방이 내용의 진정성을 다투기 때문에 검증이 필요한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녹취서의 제출 없이 바로 검증을 신청할 경우, 재판부에서는 통상 녹취서를 같이 제출할 것을 요구한다. 검증에 의하여 증거조사를 할 때에는 검증조서의 작성이 요구된다. 법원은 미리 제출된 녹취서와 녹음내용을 서로 대조하여 그 동일여부를 확인한 후 검증조서 말미에 녹취서를 첨부하게 되어 있다.


 


형사소송규칙 제134조의 8 제2항도 “녹음·녹화매체 등에 대한 증거조사를 신청한 당사자는 법원이 명하거나 상대방이 요구한 때에는 녹음·녹음매체 등의 녹취서, 그 밖에 그 내용을 설명하는 서면을 제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이를 뒷받침한다.


 


-한편, 법원의 요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증을 신청한 당사자가 따로 녹취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해서, 반드시 절차가 공전되는 것은 아니다. 녹음 분량이 얼마 되지 않을 경우, 검증를 시행하면서 그 진술 내용을 하나 하나 확인하여 검증조서를 작성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본 사례의 경우도 신고 내용의 녹음 분량이 얼마 되지 않았고, 피고인이 따로 녹취서 작성 비용을 마련하기 어려웠던 관계로 녹취서의 제출 없이 검증을 시행했다. 다만 재판부로부터 녹취서 미제출과 관련한 지적을 받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5. 정리


-통상 녹음 자료에 있어, 수사기관에서 제출한 경우나 피고인 측에서 녹음을 시행한 경우에는 녹취서가 쉽게 확보될 수 있으므로 증거조사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하여, 수사단계에서 확보된 바 없고, 녹음 주체도 피고인 외에 제3자일 경우(본 사례와 같은 신고내역, 수사기관에 제출되지 않은 CCTV 등), 먼저 사실조회나 제출명령 등을 통해 녹음자료를 법원에까지 끌어와야 하고, 그 전까지는 그 내용조차 제대로 알 수 없다.


 


-위와 같은 절차를 통해 녹음자료가 법원에 송부되어 왔을 때, 변호인으로서는 동 자료를 등사하여 그 내용을 확인하고, 어떤 식으로 법정에 현출할 것인지 검토해야 한다.


 


-만약, 녹취서의 작성이 어렵고, 해당 자료가 범죄성부와 관련한 것이라면, 결국 녹취서의 제출 없이 검증을 통해 이를 현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녹취서가 작성되더라도 검사 측에서 이를 다툰다면 역시 검증을 시행해야 할 것이다.


 


-앞서 본 바와 같이, 녹취서의 제출이 안된 상태에서도 검증에 의한 증거조사가 가능하기는 하다. 그러나 녹음 분량이 많고, 녹음 상태가 좋지 않아 그 내용의 청취 및 확인에 어려움이 있을 경우, 미리 녹취서가 제출되지 않으면 원활한 증거조사가 힘들 것이다. 그리고 분명히 재판부에서는 변호인에게 녹취서 미제출의 점에 관하여 지적하거나 불만을 표시할 수 있으며, 이는 변호인의 변론을 얼마간이라도 위축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