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의 기소는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약식기소와 정식기소가 그것입니다. 전자는 그야말로 약식이어서, 법원에 약식명령(즉, 벌금내라는 명령)을 청구하는 것이고, 후자는 실형의 구형을 전제로 정식으로 공판을 열 것을 구하는 것입니다.


 


◆ 약식기소가 있게 되면, 법원은 통상 검찰이 제출한 수사기록을 서면검토한 후 대체로 그대로 약식명령을 내리게 됩니다. 다만, 경우에 따라서는 사안이 중대하여 약식사건으로 처리하기에는 부적당하다고 여겨지거나, 범죄 성립여부가 애매하다고 판단될 때에는 직권으로 공판절차를 열기도 하는데, 실무상 이것을 ‘공판회부’라고 부릅니다. 공판 회부의 경우에는 정식 기소된 경우랑 같아서, 사건 번호도 [-고정-]이 아닌 [-고단-]으로 가며, 불이익 변경금지 원칙이 적용되지 않아, 당초 검사가 구했던 벌금형보다 더 무거운 형의 선고도 가능하게 됩니다(!)


 


◆ 약식기소에 따라 약식명령이 내려지면,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그 약식명령 송달일로부터 7일 이내에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있고, 이 경우 공판이 열리게 됩니다. 다만, 정식 기소와의 차이점이 있는데, 1) 불이익 변경금지 원칙의 적용(약식명령보다 무거운 형이 선고될 수 없음), 2) 공소장 일본주의의 배제(재판부가 수사기록 다 읽고 재판에 들어옴), 3) 궐석 재판의 가능(피고인이 피고인 소환장 받고도 2회 불출석하면 피고인 없이 증거조사 및 판결 가능) 등의 특성이 있습니다. 


 


◆ 한편, 정식 기소의 경우, 불구속 구공판과 구속 구공판으로 나뉘는데, 이것은 말 그대로 피고인이 구속되었는지 여부에 따른 분류입니다. 어느 경우든 정식 기소는 구속이라는 중대한 신병상의 변동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특히 불구속 재판 원칙이 확립된 오늘날에는, 막상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는 불구속 상태였다가 판결 선고 당일에 법정구속되어 ‘곡소리’ 나게 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긴장을 결코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 볼 수 있습니다.


 


◆ 하여간, 기소가 되면, 피고인의 가장 주요한 관심사는 2가지 정도로 축약됩니다. 즉, 무죄와 불구속입니다. 그런데 많은 피고인들(다만, 형사재판 경험이 많지 않은 경우에 한정됩니다)이 잘 모르는 부분이 있습니다. 다행히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게 되더라도 결코 그것으로 쉽게 끝이 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 무죄도 2가지 경우를 들 수 있는데, 주문 무죄와 이유 무죄가 있습니다. 주문 무죄란 판결문의 주문에 무죄가 명시되는 경우이고, 이유 무죄란 주문에서는 유죄로 인정하여 형이 선고되나, 이유 부분에서 무죄가 표기되는 경우입니다. 이유 무죄가 선고되는 경우는, 예컨대, 경찰관을 상해를 입혀 공무를 방해했다고 하여 공무집행방해죄 및 상해죄로 기소되었을 때, 폭행은 인정되나 상해까지는 인정되지 않을 경우, 주문상에는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하는 한편, 다만 이유에서 공무집행방해와 상상적 경합을 이루는 상해죄의 무죄를 표기하는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 그런데, 검찰의 경우 실무상 주문 무죄가 선고되는 경우, 거의 100%에 가깝게 자동적으로 항소, 상고까지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사안별로 상소 인용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하여 상소를 제기한다기 보다는, 일단 상소를 해 놓고 보는 식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실제로는 억울하고 무고하게 기소된 것이 자명한 사안임에도, 검찰이 자동적인 상소 관행을 좇아 계속 상소함에 따라, 피고인은 계속 장기간 그 의사에 반하여 재판에 얽매이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다는 것은 검사의 상소에 의하여 대법원까지는 가야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 통상 항소 및 상고에 따라 1년 이상은 재판이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 그런데, 대법원까지 가서 무죄가 결국 확정되었다고 봅시다. 이 경우, 피고인은 어떠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구속 피고인이었다면, 구속 기간 동안의 손해에 대하여 형사보상을 청구할 수 있기는 합니다(다만, 그 액수는 굉장히 미미한 편이지요). 이에 반하여 불구속 피고인의 경우는 사실상 그 무죄를 밝히기는 했지만, 그 동안의 시간, 비용상의 출혈이나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 보상받을 길이 거의 없습니다! 만약 무죄 판결을 적극적으로 이끌어 내기 위해서 사선 변호사를 선임하였을 경우, 그 비용을 전보받을 수 있을까요? 물론 아닙니다. 국선변호사을 통한 변론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선 변호사를 선임한 비용을 어디에서 따로 배상/보상받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 그렇다면, 검찰이 결과적으로 잘못 기소한 것에 대하여 어떠한 국가배상 등을 청구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지만, 현 판례상 수사기관에게 배상책임을 물릴 정도로 수사의 위법성이 인정되려면 상당히 까다로운 요건을 갖춰야 합니다. 단순히 결과적으로 무죄가 난 것만 가지고 곧 바로 수사기관의 위법수사 내지 그 배상책임이 인정되는 것이 아니란 이야기입니다.


 


◆ 다만, 그 사건이 고소사건이고, 고소인의 무고 행위 내지 부당고소로 인하여 피고인이 고초를 겪었던 것이라면, 고소인에 대하여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부당고소를 인정하는 판례상 요건이 상당히 엄격합니다. 왜냐면, 고소라는 것이 법률상 권리구제 절차이기 때문에 부당고소의 요건을 넓게 보면, 자칫 국민의 권리구제 수단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 결국 무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그에 상응하는 정당한 보상을 받기가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아무리 무죄가 되었더라도 그런 문제나 사건에 연루된 것 자체를 반성하라는 것일까요? 억울한 사람이 기껏 억울함을 밝히고 나서도 다시 재차 억울한 일이 생기지 않으려면, 형사보상의 실질화, 불구속 피의자/피고인에 대한 형사보상의 확대, 무죄로 판명된 사안에 있어 수사기관의 배상책임에 대한 인정 요건 완화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