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구조공단 법무관 재직 당시 받았던 판결입니다. 


 


1심에서는 절도죄 유죄가 인정되었던 사례였습니다. 피고인은 쓰러져 있는 취객을 돕기 위하여 취객의 신원확인 등을 위해 취객이 흘려 두었던 지갑을 가지고 인근 경찰서로 가던 중 도리어 절도범으로 오인을 받아 신고를 당했고, 이로 인하여 절도죄로 기소되었습니다. 


 


당시 1심의 결과를 뒤집고 무죄 판결을 받기 위하여, 1) 피고인을 절도범으로 오인하여 신고하였던 증인에 대한 증인신문, 2) 공소사실 현장의 위치 및 현황 사진자료 제출, 3) 현장검증 등 증거조사를 새로이 시행하여, 실제 피고인이 취객을 돕고자 지갑을 들고 갔던 것으로 볼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있음을 밝혀냈고, 이에 따라 원심판결 파기 및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최초로 받았던 형사 무죄 판결로서 보람가 성취감이 상당하였습니다. 그러나 피고인으로서는 무죄 판결로 억울함은 밝혀졌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마음고생이 있었고, 무죄판결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형사보상은 구금되었던 피고인에 대하여 인정), 재판이 끝나자 다시 쓸쓸이 고된 일상으로 복귀해야 했습니다. 


 


지금도 느끼는 것이지만, 일단 형사소추가 되었을 때 무죄를 밝히기 위하여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과 비용이 요구되는 것이 현실이며, 스스로 아무리 결백하다고 여기더라도 적극적인 무죄변론의 노력이 없을 경우 재판부에서 알아서 결백한 사정을 적극적으로 밝혀줄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재판의 본질과도 관련된 문제인데, 재판을 수행하는 주체인 판사, 검사, 변호사 모두 사건의 현장에 없었던 제3자로서, 정작 사건의 사실관계에 관하여 제일 잘 알고 있는 본인들과 달리 ?증거관계를 통하여 재구성된 사건을 가지고 판단을 해 나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당사자로서는 너무나도 당연한 그 사실을 재판부로 하여금 납득하게끔 하기 위해서는 실로 상당한 노력이 요구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여 무죄 판결을 받게 되더라도 수사 및 형사소추에 이르기까지 겪었던 고초를 생각한다면, 그 피해는 보상받기가 심히 어려운 면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