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젊은 시절 교제하던 사람이 임의로 도장 등을 만들어 혼인신고를 하였고, 나중에 헤어질 무렵 이 사실을 알게 되어, 혼인신고된 것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이혼신고서에 도장을 찍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여 협의이혼으로 처리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로부터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과 결혼하려 하니 종전의 혼인관계가 문제가 될지 몰라 혼인무효를 확인받고 싶습니다. 가능할까요?


 


[답변]


상대방 남자가 임의로 도장을 만들어 가지고 혼인신고를 한 것이라면, 기본적으로는 혼인의사가 합치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형식적인 혼인신고로서 혼인무효 사유에 해당됩니다.


 


다만, 상대방 남자와 사실혼 관계에 있는 상태에서 단지 구체적인 혼인신고 경위를 몰랐던 것 뿐이라면, 혼인의사가 없었다고 보기 어렵기에 무효혼이 아닙니다. 그리고 단순한 동거관계는 사실혼 관계가 아니며, 사실혼이 성립하려면, 결혼에 준하는 사실적 관계(예컨대, 양가 부모님 간의 교류가 있거나, 이미 자녀를 출산하여 양육하고 있다는 등)가 있어야 합니다.


 


다만, 판례는 일정한 경우 무효인 혼인이라 하더라도, 사후에 그 무효인 혼인을 추인하려는 행위(즉, 나중에라도 혼인의사를 가지고 당초의 혼인신고 내용을 용인하려는 것)가 있다면 그 추인시점에서부터 사후적으로 혼인이 유효하게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무효인 신분행위의 추인인지 여부에 관하여는 엄격하게 보고 있어서, 단지 무효인 혼인신고 사실을 알고서도 양자 간에 육체관계나 정교가 있었다는 것만 가지고는 무효혼이 추인되지 않고 여전히 무효가 된다고 봅니다.


 


사안의 경우 이혼신고서에 도장을 찍은 것은 어디까지나 자기의 의사에 관계없이 성립한 혼인관계의 외관을 제거하기 위하여 이뤄진 절차에 불과할 뿐, 종전 혼인관계를 인정한다는 것으로 볼 수 없기에 무효혼의 추인이라 보기 어렵고, 따라서 여전히 혼인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할 실익이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이혼도 종전의 혼인관계가 종료된 것이지만, 혼인의 무효로 인하여 혼인관계가 아예 불성립하는 것과 이미 성립한 혼인관계가 이혼으로 종결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관련판례]


서울가법 1996. 12. 3. 선고 96드37910 판결:확정 【혼인무효 】
[하집1996-2, 505]


——————————————————————————–
 
【판시사항】
혼인의사의 합치 없이 혼인신고가 이루어지고 협의이혼된 경우라도 친생자 아닌 자의 친생자 추정을 부정하기 위하여 혼인무효의 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혼인의사의 합치 없이 일방적으로 혼인신고를 하였다가 협의이혼으로 그 혼인관계를 해소한 후 300일 이전에 현남편과의 사이에 자녀를 출산한 사안에서, 전남편과의 사이의 혼인신고는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사의 합치 없이 일방적으로 한 것으로 그와 같은 신고에 의한 혼인은 무효이고, 비록 그 혼인관계가 협의이혼 신고에 의하여 해소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혼인이 유효하다면 현남편과의 사이에서 출산한 딸이 전남편의 친생자로 추정되는 만큼 이를 부정하기 위하여 혼인무효의 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민법 제812조 , 제815조 , 제844조 제2항


【전 문】
【원 고】 1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인호)


【피 고】 피고


【주 문】
1. 원고와 피고 사이에 1995. 3. 18. 공주시 의당면장에게 신고하여 한 혼인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갑 제1호증의 1, 2, 갑 제2호증, 갑 제5호증의 1, 2, 갑 제6호증, 갑 제7호증의 각 기재와 증인의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원고와 피고 사이에 1995. 3. 18. 공주시 의당면장에게 혼인신고가 접수되어 호적상 두 사람이 혼인하였다가 같은 해 10. 11. 협의이혼한 것으로 등재되어 있는 사실(그 후 원고는 위 본적지에 일가창립하였다), 그런데 사실은 원고는 일본국에서 소외 소태민정(소태민정)과 이혼한 후 국내로 돌아와 1994. 6.경 호텔나이트 클럽에서 가수생활을 하면서 같은 나이트클럽에서 사회자로 종사하던 피고를 만나 동거하던 중 피고의 난폭한 성격과 원고에 대한 잦은 행패로 말미암아 피고와의 동거생활을 청산하고 다시 일본에서 가수생활을 할 목적으로 도일하여 그 곳에 체류하였는데 그 후 피고는 아파트 및 레스토랑 등을 소유하는 등 상당한 재산가인 원고와의 결별을 아쉬워한 나머지 혼인에 관한 원고의 승낙이나 합의 없이 마음대로 혼인신고에 관한 서류를 작성하여 일방적으로 혼인신고를 마친 사실, 한편 이를 알게 된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혼인무효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일본 무대로의 진출을 꿈꾸다가 알게 된 일본인인 소외 니시무라 유리오(자촌백합남)와 사이에 아이를 임신하게 되자 피고와의 관계를 빨리 정리하기 위하여 소송을 취하하고 법원의 확인을 받아 1995. 10. 11. 협의이혼 신고를 마침으로써 피고와의 혼인관계를 해소한 사실, 그 후 원고는 1996. 4. 12. 일본에서 위 니시무라 유리오와 혼인하고 같은 해 6. 11. 딸아이를 출산하였는데 위 니시무라와 사이에서 낳은 딸이 형식상 피고와의 혼인관계가 종료한 날로부터 300일 내에 출산된 관계로 피고의 친생자로 추정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원고와 피고 사이의 위 혼인신고는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사의 합치 없이 피고가 일방적으로 한 것으로 그와 같은 신고에 의한 위 혼인은 무효라고 할 것이고, 비록 원고와 피고 사이의 혼인관계가 협의이혼 신고에 의하여 해소되었다고 하더라도 위 혼인이 유효하다면 위 니시무라 사이에서 출산한 딸이 피고의 친생자로 추정되는 만큼 원고로서는 이를 부정하기 위한 확인의 이익이 있으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옥신


 


(출처 : 서울가법 1996. 12. 3. 선고 96드37910 판결:확정【혼인무효 】 [하집1996-2, 505])


 


☞ 위 판례에 의하면, 협의이혼 신고 가지고는 무효혼의 추인이 아니라는 전제에서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확인의 이익(소의 이익)과 관련하여 자녀의 친생자 추정 여부 문제가 걸려 있어서 확인의 이익이 있다고 보았는데, 이와 같은 자녀 등의 문제가 관계되지 않고 단지 혼인외관의 해소 원인이 무효인지 이혼인지에 관하여만 문제가 제기된 경우에도 소의 이익을 인정할 수 있겠는지 문제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