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희 사무소에서는 주로 송무 사건을 처리하기는 합니다만, 간혹 부동산 등기관련 소송에서 승소하여 그 판결문의 집행을 위해 등기를 신청하거나, 기존 거래회사의 상업등기 등은 직접 도맡아 처리하기도 합니다. 간단한 등기업무의 경우 주로 사무소에 고용된 직원분들께서 처리하시게 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관련법령이나 예규의 정확한 해석이 필요한 경우가 있기도 해서, 그럴 때에는 물론 제가 직접 처리해야 합니다.
○ 등기 사건을 수행할 때, 직원 분들이 등기소(상업등기소 및 부동산등기소 모두 포함) 공무원들이 까다롭다, 지나치게 형식적이다, system이 비합리적이다.. 등으로 불평을 이야기하시면, 제가 이를 직접 수행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그런가 보다 하고 한 귀로 듣고 흘리기 일쑤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몇 개의 등기사건과 관련하여 등기소에서의 부당한 조치를 지적/항의하게 되다 보니, 정말로 위 직원 분들의 불평불만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여기서는 그 중 등기소의 ‘보정명령’과 관련된 사항을 살피고자 합니다.
○ 등기소의 보정명령은 말그대로 등기신청사항에 흠결/누락된 부분이나 불분명 사항, 기타 법령에 저촉되는 사항이 발견될 때 그 시정을 요구하는 등기소의 처분행위입니다. 그런데 제가 경험한 바에 따른 소감으로는, 등기소의 ‘보정명령’은 그것을 발하는 등기관/사무관에 따라 때로는 대단히 부적절하고 무책임하게 발령되었다가, 거기에 법률적 항의를 하게 되면 그야말로 ‘아니면 말고’ 식으로 보정명령을 철회해 버린다는 것입니다.
○ 등기소의 보정명령은 법원에서의 그것과 달라서, 보정명령서가 등기우편으로 송달되어 오는 것이 아니라, 등기소의 인터넷 전산망을 통해 입력, 게시되는 방식으로 행해집니다. 제가 관련 업무규칙까지 찾아보지 않아서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마 그 보정명령이 따로 서면화되어 기록으로 편철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그래서인지, 등기소의 보정명령은 아침에 인터넷에 게시되었다가도 그것에 대하여 항의가 들어오고, 또 그 항의가 정당하다면, 그날 오후 인터넷 전산망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방식으로 철회됩니다. 따라서 사안을 모르는 제3자가 본다면, 사건내역상으로는 당초에 보정명령이 있었는지조차 알 길이 없습니다. 즉, 보정명령의 철회가 별도의 처분 형식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기존 보정명령을 슬그머니 인터넷에서 내림으로써 이뤄진다는 것인데, 이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습니다.
○ 등기소로서는 잘못된 보정명령을 내려도, 당사자가 이의할 때 슬그머니 이를 전산에서 삭제하면 되기 때문에 보정명령의 당부에 대하여 비판을 피할 수 있습니다. 비판을 피할 수 있다면, 자연히 보정명령을 발령함에 있어 그에 대한 책임감도 가벼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등기소 등기관이나 사무관이 관련 예규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신청인의 신청이 정당함에도 기존에 자신들이 해 오던 사건의 틀에 맞추어 보정명령을 남발할 수 있는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 제가 경험한 사안 중 하나는 부동산 등기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의뢰인이 집합건물의 전유부분만을 경매로 취득하였는데, 판례상 인정되는 전유부분/대지사용권 일체불가분성 법리에 따라, 해당 경매에서 전유부분만 매각대상이 되었더라도 그 대지사용권에 해당하는 토지 공유지분을 당연히 취득하는 사안이었습니다. 따라서 소송에서 승소(정확히는 화해권고 결정 확정)하게 되었고, 그 결정문을 가지고 소유권이전등기를 신청하였습니다. 해당 결정문에서 소유권이전등기를 명한 등기원인은 바로 ‘전유부분 취득’이었습니다.
○ 그런데 신청과정에서부터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 신청에 있어 등기원인이 ‘거래/계약’인 경우에는 그 등기원인서류(계약서/판결문)에 검인을 받아야 하지만, 등기원인이 위 사안처럼 거래가 아닌 경우(전유부분 취득은 경매에 의한 것으로서, 위 일체불가분성 법리에 의한 법률상 취득입니다)에는 검인이 필요없습니다. 그래서 검인을 생략하고 신청서를 접수하려고 하니, 해당 접수 공무원이 그와 같은 관련 규정을 알지 못하여 통상대로 검인을 다시 받아올 것을 요구하더라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제가 해당 공무원과 직접 통화하여, 검인이 필요하지 않은 점을 설명하니, 그제서야 “… 그래도 검인을 받으면 안되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혹시 모르니(!) 그냥 받는 게 낫지 않을까요?”라는 식으로 응대하였습니다.
○ 어쨌든, 신청서를 접수하고 나니, 이번에는 예상치 못한 보정명령이 나왔습니다. 그 보정사유는 ‘전유부분 취득’이라는 등기원인이 잘못 되었기에 해당 결정문을 경정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 그런데, 우선 위와 같은 등기원인을 변경하는 것은 결정문 경정신청의 대상이 되지도 못합니다. 판결이나 결정의 경정은 어디까지나 그 기재가 계산의 오류, 착오에 의한 오기 등이 명백한 경우로 한정되고 실질적으로 판결/결정의 내용을 변경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등기관은 지금 보정이 불가능한 것을 보정하라고 한 것입니다. 또한 등기관의 위 보정명령이 정당하다면, 결국 우리 사무소에서는 집행불능의 판결(이런 것을 우리는 ‘휴지조각’이라 합니다)을 받은 것이 되고, 의뢰인을 위해 다시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 그래서 제가 관련 예규 등을 다시 면밀히 검토해 보았습니다. 우선 등기관은 뚜렷한 법리적 논거는 대지 못한채, 다만 자기가 이와 비슷한 사건에서 보통 그 등기원인을 ‘-년 -월 -일 경매’로 기재하고, 이 사건의 경우 다른 경우와 달리 집합건물로서 대지권등기가 안된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실체법적으로는 전유부분 취득으로 당연히 그 대지사용권에 해당하는 토지 공유지분도 같이 취득하게 되지만, 경매절차상으로는 매각허가결정에서 대지사용권 부분이 표기되어 있지 않을 경우 경매법원으로서는 전유부분만을 이전등기촉탁할 수밖에 없고, 대지사용권 부분은 따로 소유권 이전등기 신청을 받아야 하며, 이 경우 그 등기원인은 ‘-년 -월 -일 전유부분 취득’으로 해야 합니다. 따라서 등기관의 보정명령은 전혀 부당한 것이었습니다. 오히려 등기관의 보정대로 등기원인은 경매로 하는 것이 부적법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본건의 경우 매각허가결정에서 대지사용권 부분이 누락되었기 때문에 경매절차에 의한 등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더욱 기이한 것은 등기관으로서는 실질적 심사권이 없기 때문에 해당 판결문이 현행법에 저촉됨이 외견상 명백한 것이 아닌 이상, 설령 판결 주문과 이유에 모순이 있는 경우에도 형식적 요건을 갖추면 등기를 실행할 수밖에 없는데, 이 사건에서 자기 마음껏 실질적 심사를 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 그리하여 제가 해당 등기관에게 이상의 사정을 이야기했고, 등기관은 일단 자기가 검토 후에 보정명령을 철회하든지 하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날 오후에까지 보정명령이 철회되어 있지 않자, 저는 등기관이 자기 고집대로 처리하려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생전에 안 써 본 등기신청에 관한 의견서까지 작성하여 제출을 준비하였습니다. 그것의 요지는 ‘당신의 보정명령은 잘못 되었고, 우리는 그것을 이행할 생각도, 이행할 수도 없다. 그러니 보정명령 유지할 것이면 기다리지 말고 빨리 신청 각하해라. 물론 우리는 각하처분에 이의해서 당신이 아닌 법원의 판단을 받겠다’는 제법 강도 높은 내용이었습니다(이것은 그 파일을 첨부하도록 합니다-어차피 후술하는 내용처럼 제출할 필요도 없게 되어 써먹지는 못했네요, 다만 비슷한 경우의 case에서 참조하실 분은 참조하세요).
○ 그런데 이를 접수하러 갔던 직원 분이 실수로 의견서를 빼 놓고 가서 접수가 하루 미뤄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다시 접수하기 전에 인터넷을 확인해 보니, 보정명령이 슬그머니 철회되고 등기가 완료된 것입니다! 덕분에 등기관의 감정을 상하게 했을 수 있는 그 의견서는 제출되지 않아도 되게 되었습니다.
○ 결국, 돌이켜 보면, 아직도 등기소의 업무처리에는 투명한 부분이 많이 부족한 점이 있고, 해당 공무원들 중에는 관련 예규에 대하여 완전히 숙지하려는 노력이 부족하거나, 신청인이 신청을 해올 때 최대한 그 편의를 보아 주는 방향으로 업무를 처리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이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들은 다소 복잡한 검토가 필요한 사안을 직면할 때 예규의 면밀한 해석으로 그것을 풀어 나가려 하기보다는 자신이 자주 처리한 전형적인 사안처럼 단순화시키려고(검인이 필요 없음에도 관련 예규를 귀찮게 찾기보다는 다른 신청처럼 똑같이 검인을 받게 한다든가, 해당 등기원인이 적합함에도 예규를 뒤지기보다는 다른 유사 사안과 똑같이 등기원인을 정리하게 하려든가) 보정명령이 필요없는 사안에서 보정명령을 발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 따라서 이런 점들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우선 등기소 관계자들이 타성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등기신청인들을 고객으로 인식하여 최대한 그 편의를 보아 주려는 입장에서 업무를 처리해야 할 것이고, 구조적으로는 등기소에 부여된 보정명령 등 권한에 통제를 줄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적어도 보정명령이 경솔/부당하게 나왔다가 은근슬쩍 내역에서 사라지는 일은 없도록)가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Leave A Comment